2013년 4월 9일 화요일

한심한 일기3) 저 밤의 불빛 중에 내 빛은 없구나...


하늘에서 제일 좋아하는 풍경은 별이고, 땅에서 제일 좋아하는 풍경은 야경이다. 그 중간즈음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불꽃놀이고. 그 세 가지의 공통점은 뭐 하나도 내가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요즘 왠만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듯이 나도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의 불빛을 보면 마음이 울컥하며 그리움을 느낀다. 반겨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날 반겨 주는 곳.

어릴적 달밝은 밤이면 우리 아버지는 이런 노래를 불렀다.
"고오~향이 그리히 워어도~ 못가느은 시이인세에~~~"
그럼 내가 듣다가 이렇게 물었다.
"아빠. 왜 못가는데? 가면 되자나"
"마, 금의 야행. 좋은 옷을 입고 밤길을 걸어봐야 무슨 즐거움이 있겠노. 금의 환향. 좋은 옷을 입고 고향에 가야 그게 최고로 즐겁제. 그런데 그노무 금의가 없다 아이가, 금의가. 좋은 옷을 차려 입을 때 까지 못가는 신세라 이말이다."
"아빠 좋은 옷 만차나. 입고 가자."
"좋은 옷 입고 고향가는게 왜 좋겠노. 뭐 고향사람들한테 늙은 엄마한테 자랑하러 가나? 그게 아이고, 좋은 옷 입은 만큼 양손에 노나 줄게 많으니까 좋은거 아이겠나?"
"그런기가? 아빠 나나줄 돈 엄나?"
"느그가 돈 잡아묵는 귀신들인데 내가 무신 돈이 있노!"

아부지랑 그런 이야기를 나눌때 난 단 한번도 내가 고향에 못갈 신세가 될 줄은 몰랐다.
그때 난 반짝이는 옷을 입고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하늘의 별처럼 창문들이 반짝거리는 내 고향 아파트 촌으로 들어설 줄 알았다. 그럼 내가 아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모두 달려나오고, 나는 그들에게 물건들을 나눠줄줄 알았다.

후유~
엄마가 어제 전화했다.
"날씨도 추운데, 뜨신 옷은 있나?"
나는 마음을 다해 대답했다.
"내 걱정 말고 엄마나 돈 아끼지 말고 보일러좀 팍팍 틀어라."

가스비 한푼 못보내 주는 신세면서...
큰소리만 쳤다.
참... 슬픈 비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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