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0일 수요일

명장면 명대사 1) 나는 과연 누구의 포주인가.



줄거리)
재즈 피아니스트인 프랭크 베이커와 잭 베이커 형제는 '전설적인 베이커 형제들' 이라는 이름의 듀오로 작은 클럽을 전전하고 있다. 형 프랭크가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데 반해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잭은 음악인의 팽팽한 자존심으로 현실을 이겨나가고 있었는데. 15년동안 변함없는 모습으로 연주해온 그들에게 손님들의 관심은 차츰 멀어져가고, 궁여지책으로 그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새로 여가수를 기용하려 한다. 그러나 오디션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다. 
그때 이들앞에 나타난 것이 매력적인 수지 다이아몬드. 수지의 합류로 베이커 형제의 밴드는 인기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잭과 수지사이에 연애감정이 생겨나면서 셋의 사이에는 미묘한 불협화음이 생겨난다. 밴드의 운명도 아울러 갈림길에 놓이는데...( from MOVIST)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의 행로]라는 기가 막힌 제목으로 개봉했던 영화다. 영화 포스터에서 미셸 파이퍼가 왠지 들뜬 표정으로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으니 아주 무슨 형제 사이에 낀 삼각관계가 팍팍 연상된다. 아주 야할 것 같은 상상과 함께 말이다. 뭐 그런 오해 때문에 앞서 감명깊게 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그런 오해 때문에 개봉 후 6년이나 지난 1995년에서야 비디오 대여점을 통해 빌려보게 되었다. 참.... 좋았다.  나처럼 음악 듣기를 돌같이 하는 사람에게도 데이브 그루신의 도시서정 뚝뚝 떨어지는 재즈음악은 정말 죽이는데...



이 음악은 영화 주인공인 잭의 테마다.
잭은 위의 줄거리에도 나와있는 것 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다. 그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고, 자기 음악에 대한 욕심도 있다. 그런데 잭은 그가 꿈꾸는 음악을 할 수가 없다. 왜냐면, 자기 형 프랭크 때문이다. 사람 좋고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강한 프랭크는 평범한 피아니스트, 아니 평범한 피아노 선생님 정도의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잭 없이 혼자서는 연주활동으로 돈을 벌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피아니스트인 프랭크가 자기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는 직업으로서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이 듀엣연주활동을 그만두고 싶어하지 않느다는게 문제다. 그냥 관두지 않는게 아니라 그 순간순간을 사랑하고 영원히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쓴다. 형을 사랑하는 잭은 자기 꿈을 찾아 떠날 수도 없고, 형의 실력을 끌어 올려 자신이 원하는 곡들을 연주할 수도 없다. 그는 삶의 열정을 텅 비워버리고서 매사에 심드렁하게 하루하루를 갖다 버리는 심정으로 줄담배를 피며 노인들이나 좋아할 흘러간 팝송을 연주하며 살아 간다. 그러나 쇼비즈니스계가 항상 그렇듯 이 둘의 지겨운 연주를 반기는 손님은 점점 사라지고 변화를 꾀해야 할 때가 되었을때, 프랭크는 싼값에 여자 가수를 기용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초라하고 기막힌 창고 오디션을 거친 끝에 가난한 콜걸 출신의 수지 다이아몬드가 나타난다. 미셸 파이퍼다. 콜걸이라는 밑바닥 인생을 살던 그녀는 자기 인생을 바꿔볼 작은 꿈을 품고 오디션에 지원했고, 그녀의 등장으로 잭, 프랭크 형제의 공연은 오랜만에 큰 인기 (그나마 클럽공연에 불과하지만)를 끌게 된다.
하지만 모두가 예상하듯이 수지와 잭은 서로에게 이끌리게 되고, 두 사람의 관계는 공연에 영향을 주게 된다. 오랜만에 안정된 수입을 올리게 된 프랭크는 불같이 화를 내며 잭에게 수지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강요한다. 참을 만큼 참았던 잭의 분노가 여기서 폭발한다. 비단 사랑 때문이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이 살지 못했던 자기 삶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한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잭의 분노는 수지에게도 프랭크에게도 거칠게 날아간다. 여자와 형, 음악과 직업, 꿈과 책임감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게 된 잭은 말다툼 끝에 수지에게 해서는 안될 욕을 하고 만다. 창녀라고. 이미 오디션에서도 콜걸이었다는 걸 숨기지 않았던 수지 였지만, 이제 사랑하게 된 잭에게서 그런 욕을 듣게된 수지의 상처는 너무나 컸다. 그때 수지는 울면서 잭에게 이렇게 말하고 떠난다. "적어도 나는, 내 형제가 포주는 아니었어."  음악에 대한 진짜 사랑을 숨기고 마음을 비운 채 연주를 하는 잭의 행동이 창녀와 다를 바 없고, 그 짓을 강요하는 건 네 형이라는 뜻이다. 참 정곡을 찌르는 대사였다.
이 형제의 싸움은 결국 잭이 "손가락만은 건드리지 말라"고 애원하는 프랭크의 손가락을 잡고 비틀어 부러트리고서야 끝이 난다. 사람들은 이제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날 수 있다. 아무도 구속하지 않고. 아무도 그 누구의 포주짓을 하지 않은 관계가 된다. 이전의 관계는 파괴되지만, 서로에 대한 깊은 사랑은 변치 않기에 형제는 형제대로 연인은 연인대로 화해와 희망을 향해 한걸음 내 딛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러니까 18년 전. 내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때, 나는 누군가에 대한 사랑과 책임감이 나 자신을 창녀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우리 꿈을 포기하고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그럴때 내 공허한 노동, 몸을 팔고 영혼을 파는 내 창녀짓의 댓가는 포주들이 가져간다. 가족, 아이, 부모. 그 따듯한 소중한 사람들이 내 포주들인 것이다. 원망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난 그때 다짐했다. 적어도 절대 내가 누군가의 포주로 살아가지는 말자. 나를 먹여살리라고 다른 사람의 꿈을 짖밟지는 말자. 다른사람의 꿈과 자유를 갉아먹으며 살지는 말자고....

그런데 말이다. 18년이 지나 지금 생각해 보니...  결국에는 말이다. 나는 나라는 포주를 먹여 살리기 위해 또 영혼을 비우고 살아야만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영혼을 팔든 몸을 팔든 상관하지 않는다. 꿈 따위는 참 배부른 소리다. 누가 내 영혼을 사 준다면, 그래서 내 가족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포주고 창녀고 나는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 영화를 볼땐 잭의 입장에서 세상을 봤고, 서른 즈음이 되어서야 산전 수전 다 겪은 수지를 이해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마흔이 되자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것 같았던 민폐 프랭크가 가슴 깊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프랭크라는 평범한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흔이라는 나이의 무게가 필요했나 보다. 그리고 이제서야 책임감과 재능을 모두 가진 잭을 난 아직 한번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다. 아마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평생을 바쳐도 모자랄 것만 같아 마음이 참 싸~하다.   


기억나는 사족들...
두 남자 영화배우가 제프브리지스와 보브리지스라는 건 모두 아실거고
둘이 진짜 형제라는 것도 아실거고
이 영화에서 아카데미 상을 탄건 보 브리지스라는 것도 아실거고
중간에 여자가 미셸 파이퍼라는 것도 아실거고...
이 영화에서 담배를 얼마나 맛나게 피워대는지...
그 시절 이 여인을 따라하느라 담배를 배워버린 처녀가 참 많았었다.
커다란 에스닉한 귀걸이를 달고서 욕을 입에 달고 다니던 아름답고 섹시하던 그녀.
욕도, 담배도 미셸파이퍼 정도가 아니면 멋질 수 없다는 걸 그녀들을 이제 깨달았을까?


형님 없는 틈을 타서 공연 스타일을 재멋대로 바꾸고 피아노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장면인데... (미셸 파이퍼가 입은 저 드레스가 아주 빨간 색이다.)
언젠가 박경림이 박수홍과 이 장면을 패러디 한 이후로 추억이 좀 오염되어 버렸다. 빨간 드레스는 이제 꼴도 보기 싫어서 흑백사진으로 가져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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